동아시아 엑스포의 역사

동아시아 엑스포의 역사
엑스포의 역사: 영상이미지에 대한 역사적 본질을 묻는다
코로나 19가 세계 전체를 덮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 19가 인간생활에 가한 충격은 다양하지만, 영상이미지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를 한층 가속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주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대면사회의 인간들은 모두가 잠에서 깨자말자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의 모니터에 매달려, 정보를 입수하고 여가시간을 오락으로 소비하고 있다. 대중들의 영상이미지에 대한 의존도는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그것은 불가역적인데, 코로나 19는 그 속도와 양을 가속시키는 방아쇠가 되었다. 거스를 수 없는 인류사회의 영상이미지화 추세에 대하여 역사학에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식과 담론의 형성에 시각언어가 문자언어를 넘어서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이미지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가 엑스포(이하 박람회라는 용어와 혼용한다)이다.

엑스포를 통한 동아시아근대사의 재구성
2012년 여수박람회가,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열렸다. 2025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는 오사카가 선정됐고, 2030년 대회를 부산시가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람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는 데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은 박람회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한편으로는 박람회가 예전 같지 않고 방문하는 관광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람회가 가지는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람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시대에 박람회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은 1851년 런던 박람회부터 2012년 여수 박람회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박람회의 변천사를 다룬다. 박람회는 근대성의 집약체로 볼 만큼 인간 문명의 진보와 발전, 기술과 과학, 국가와 민족 등이 응축된 이벤트였다. 이 거대한 이벤트를 통해 시대상황을 들여다보고 박람회를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비춰본다. 침략과 저항이라는 동아시아 근대사의 도식을 넘어서서 서로를 보고 보이는 –국가 간 뿐 아니라, 국가ㆍ도시ㆍ미디어ㆍ장식업ㆍ구경꾼 간 상호작용의 동아시아 근대사를 그려낸다.

세계 박람회의 흐름 속에서 보는 동아시아 박람회의 역사
박람회가 역사적으로 꽃피었던 시기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이다. 1851년 최초의 박람회였던 영국의 런던박람회는 자국의 과학기술과 문명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자리였다. 이어서 프랑스, 미국 등도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박람회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자국의 문명과 과학을 홍보하는데 뺄 수 없는 메가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이후 박람회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락과 흥행을 겸비한 소비주의의 박람회로 변모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국가와 함께 거대 기업이 박람회에 대거 뛰어든다. 점차 생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박람회의 주제 역시 환경생태로 변화한다.
박람회는 타국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를 참고해서 자국의 박람회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각국의 박람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열렸던 박람회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박람회의 역사에 일국사적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는 이유이다. 이 책은 세계 박람회의 흐름을 정리하면서 동아시아 박람회 역사의 대한 이해를 높인다.

동아시아의 박람회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시각
저자는 동아시아 박람회에 대해 시대상황과 함께 개최지가 가지는 특징을 설명한다. 동아시아에서 박람회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근대적 의미의 첫 박람회는 1877년 도쿄에서 열린 제1회 내국권업박람회로 꼽는다. 19세기까지 일본은 서구의 박람회를 모방하고 수용했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박람회를 스펙타클하게 꾸밀 산업적, 재정적 바탕을 보유하게 되었고 청일전쟁으로 타이완을 식민지로 보유하면서 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중국은 일본과 대조적으로 박람회의 필요성에 동감하지 못해 1910년에 가서야 처음으로 난양권업회라 불린 박람회가 난징에서 열렸다. 조선에서 개최된 박람회의 효시는 1907년의 경성박람회였는데, 통감부가 기획하고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상인을 앞세워 행정기관이 동원되어 개최되었다. 이후 조선의 식민지 시대 박람회는 조선물산공진회가 박람회 개최를 명분으로 경복궁을 헐고 훼손한 역사가 있다. 타이완 역시 일본의 식민지였지만 일본 본토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조선에서 열렸던 박람회와는 다른 성격으로 개최된다.
저자는 특히 20세기 전반 박람회에서 사용된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전시품, 사진, 포스터 등 시각적 매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박람회의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해석되는지에 관하여 집중 분석한다. 박람회에서는 문자정보 보다도 시각정보가 넘쳐나고 관람객들은 시각정보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전시에도 관람객의 국가 상황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현상을 흥미롭게 다룬다.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기획과 자본이 투입된다. 여기에 국가와 기업의 이데올로기가 주입되기도 하고 이와 무관하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대중들도 있다. 박람회 개최지의 명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환상에 머무를 수도 있다. 책은 동아시아 박람회의 역사를 짚으며 메가 이벤트가 가지는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1) 분석대상과 연구시각
이 책은 동아시아 엑스포의 시작부터 최근의 상하이 엑스포까지를 망라하여, 시작에서 최근까지 동아시아에서 개최된 엑스포의 발자취를 분석하고 있다. 엑스포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기본적인 접근시각은 상호인식, 개최지, 이미지, 표상, 로컬리티, 동아시아, 국가 권력의 양면성, 구경꾼 등이다.

2) 연구방법론의 참신성
역사학에서는 그동안 문자언어를 토대로 역사의 재구성을 시도해왔다. 이 책은 문자언어와 함께 시각언어인 박람회 광고, 포스터, 파빌리온, 사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근래에 시각언어는 인접학문에서도 주목하고 있지만, 역사학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다. 다음으로 미디어의 박람회 관련 기사에서 팩트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의 표출로서 해석한다. 미디어 기사에서 사실을 찾아 재구성하는 역사학의 연구방식과는 다르다. 그 연장선에서 박람회의 사실 보다도 박람회를 통하여 시대의 감성과 풍경을 발굴하는 것 또한 일반적인 역사학 연구와 결이 다르다. 그동안 동아시아론(학)에 적지 않은 성과가 축적되었지만, 세계-국가-지방에서 지방 즉 로컬리티에 주목하는 경우는 적었다. 지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가와 세계의 이미지 탐색은 시도된 적이 드물다.

3) 학문적 파급 효과
엑스포에 관한 국내 연구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박람회에 식민주의가 깔려 있다는 탈식민주의적 시각에 서 있다. 식민통치를 위한 이벤트였다는 점은 당연하나, 평이한 접근이다. 2)에서 소개한 시각은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었고, 박람회의 다면적 측면을 처음으로 발굴했다. 국외 학계의 엑스포 역사에 관한 연구도 로컬리티, 동아시아 이미지, 국가권력의 대중에 대한 욕망 증폭과 통제 등을 언급한 경우는 없다고 해도 좋다. 이 책은 세계학계에 박람회에 대한 새로운 접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후속 연구를 유발할 잠재성을 내장하고 있다.

4) 논리적 정합성
이 책은 과거에 발표했던 논문을 묶어서 수정 보완하고 이후에 나온 논문을 소개하며 저자의 논지와 차이를 언급했고, 개별 논문의 집필시 염두에 두었던 문제의식을 종합하여 서론과 결론을 새로 다듬은 작품이다. 종합하면서 박람회란 “집단지성에 의한 감성공학”으로 압축했다. 박람회에서는 당혹과 충격, 열등감과 우월감, 동경과 폄하 연민, 에로틱과 그로테스크, 테크노피아와 지역개발의 환상 등이 풍비했다. 기획당국과 미디어 그리고 장식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정보가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당혹ㆍ충격 등의 특정한 감각을 유도하는 이벤트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개별 박람회 각각에 따라 상호인식, 이미지, 표상, 로컬리티, 동아시아, 구경꾼 등 다층면을 다루었지만, 거기에 관통되는 키워드를 감성공학으로 제시한 것이다. “집단지성에 의한 감성공학”이라는 논리는 엑스포 역사 연구, 나아가 근대문화사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하세봉

출판사

산지니

ISBN

9788965455783

출판된

2019

전문분야

인문학

주제

국제관계 및 정치
사회
미디어
예술과 문화
역사
경제

지역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