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상ㆍ중대 중앙행정제도 발달사
신라는 상대~중대에 자국 전통(夷)을 근본으로 동아시아적 보편성(唐)을 참고하는 ‘이ㆍ당 상잡(夷ㆍ唐 相雜)’을 천하화(天下化)의 정책적 기조로 삼아 자국의 중앙행정제도를 재편하였다. 신라 중앙행정제도의 발달과정을 구체화하고 그 함의를 논의하려면, 상대~중대 전(典)ㆍ부(部)의 재편과정,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운영양상과 조직체계,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정원구조인 ‘두 개의 허리 구조’와 상대~중대 중앙행정제도의 계승 관계, 감전(주요 6관직 중 감이 장관으로 있는 전(典))의 재편과정을 규명하여, 신라 중앙행정제도의 발달과정이 갖는 동아시아사적 함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
전(典)ㆍ부(部)의 재편과정은 동시전(東市典)ㆍ병부(兵部)의 사례를 분석해 구체화할 수 있다. 전(典)은 상고기의 관청 운영에서 기원한 관청이다. 전(典)의 명칭ㆍ담당업무는 한국어순으로 자연스럽지만, 관청의 격(格)을 끝 글자(末字)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수(隋)ㆍ당(唐)까지의 중국 관청에서 전(典)을 끝 글자로 쓴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삼국사기』 권38, 잡지7, 직관 상(이하 ‘직관 상’)’은 다종ㆍ다양한 전(典)의 모습을 보여주나, 직관 상에 수록된 전(典) 중 '감전'(감(監)이 관청의 장관인 전(典))이 상고기에 운영된 전(典)의 원형에 가깝다. 따라서 감전의 운영방식을 구체화하기 위해 상고기 말 ‘물자의 분배’를 맡는 동시전을 분석하였다. 동시전 분석을 통해 전(典)에 접근하면, 전(典)은 후대 도감, 현대의 위원회처럼 활동하다 관리기구로 굳어진 관청이며, 상고기의 국가행정(國事)ㆍ수도행정(京都事)ㆍ왕실행정(王室事) 등이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청이다.
부(部)는 병부처럼 상고기의 중요 국가행정(國事)을 재편한 상급 관청이다. 부(部)는 중국에서도 활용되는 관청이나, 신라의 부(部)는 전통적 요소를 기반으로 외래적 요소를 참용하면서 발생하였다. 부(部)의 조직은 ‘감전’의 조직을 하부 구조로 삼았고, 영(令)ㆍ경(卿) 등 고관 조직을 더하여 정비되었다. 전(典)ㆍ부(部)는 자국 전통의 행정 운영방식을 토대로, 신라 상대의 수도행정(京都事)ㆍ국가행정(國事) 재편 과정을 보여준다. 신라 중대의 중앙행정제도가 당제(唐制) 등 전형적인 6전(六典)과 다른 것은 자국 전통의 행정 운영 경험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것은 직관 상을 전수조사하여 직관 상의 관직-상당위체계와 정원 구조를 분석하면 파악할 수 있다.
직관 상은 신라 중대 말의 중앙 행정제도가 44개 관청, 207+ɑ개 관직, 785인+약간인으로 구성되었다고 전한다. 직관 상의 전수조사를 통해 중앙행정관직의 상당위체계를 분석하면, ‘영(令)-경(卿)-감(監)-대사(大舍)-사지(舍知)-사(史)’의 ‘주요 6관직’과 ‘대사→감→경’ 및 ‘사→사지’의 계통별 상향 분화를 파악할 수 있다.
영(令)은 부(部)ㆍ부(府)나 성전(成典) 혹 작전(作典)에 둔 최고의 행정장관이며, 상당위 하한은 대아찬이다. 관청별 영의 상당위 상한은 관청 격(格)의 고하를 나타내며, 상당위 상한이 비상위(非常位)에 설정되는 영은 육전체제 하 병(兵)ㆍ예(禮)ㆍ호(戶)ㆍ공(工)ㆍ리(吏)의 육전적 업무 분담과 연계된다.
경(卿)은 부(部)ㆍ부(府)나 성전(成典)의 차관, 서(署)의 장관이자 큰 판관(大判官)이다. 경은 대감계(大監系) 경(상당위가 급찬~아찬)과 대등계(大等系) 경(상당위가 나마~아찬)으로 구분되며, 대등계 경이 대감계 경보다 전통적인 경이다.
감(監)은 서(署)ㆍ전(典)ㆍ관(館)ㆍ부(府)의 장관이고, 감의 동급관직인 좌(佐)는 서(署)ㆍ부(府)의 좌관(佐官)이다. 감의 다른 동급관직인 적위(赤位)는 사성전(寺成典)의 실질적 장관이다. 감ㆍ좌는 나마~대나마, 적위(赤位)는 대나마~급찬이 상당위이다. 감은 ‘감독․관리․판단’하는 판관(判官), 좌는 율령 사무 관계 관청에서 경의 대판(大判)을 보좌한 좌관이다.
대사(大舍)는 각급 중앙행정관청의 중간관리자ㆍ하급 관청의 장관이자 작은 판관(弟判官)으로 사를 감독하는 관직이며, 상당위는 사지~나마이다. 신라 중앙행정제도에서 대사는 관청의 장관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관직이며, ‘판(判)’, 즉 사안ㆍ문서의 결재권을 지닌 마지막 관직이다.
사지(舍知)는 부(部)ㆍ부(府) 등 상급 일반관청ㆍ수도 행정 관청에서 전문 장부를 맡은 관직이며, 상당위는 사지~대사이다.
사(史)는 ‘관서(官書)의 초기(草記)’ 등 어느 관청에나 필요한 기초적인 문서ㆍ장부 정리와 말단 행정 잡무를 맡은 관직이며, 상당위는 선저지~대사이다.
신라 상고기의 전통적 행정운영경험은 ‘감전’의 성립과 재편을 거쳐 중대 중앙행정제도에 계승되었다. 이것은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정원 구조인 ‘두 개의 허리 구조(Two Spine System)’를 통해 관청 조직의 원형(原形)을 분석하면 파악된다. 신라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정원 구조는 전형적인 관료제 구조(피라밋 구조)가 아니라, 전형적인 관료제 구조가 중첩되어 ‘두 개의 허리'를 가지고 있다. 주요 6관직 중 감(監)과 사지(舍知)의 정원이 급격히 감소하여, V자 형태의 파형이 2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허리’는 감전의 재편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두 개의 허리 구조’는 신라의 중앙행정관청이 ‘아래에서 위로’ㆍ‘소규모에서 대규모로’의 방향에서 행정적 효율성의 제고에 대한 문제를 고려하며 정비되었음을 보여준다.
직관 상의 영급(令級)ㆍ경급(卿級) 등 상급 관청은 상고기에 운영된 감전ㆍ대사전(大舍典, 대사(大舍)가 장관인 전(典))을 재편해 하관 조직으로 삼고, 고관 조직을 둘 때 사의 비율을 조정하면서 필요한 관직을 가감해 만들어졌다. 사의 비율조정을 주목하면, 직관 상에 보이는 상급 관청의 실질적 원형은 감전이다. 감전은 대사전이 원형이나, 영급ㆍ경급 관청은 감전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즉 중대 중앙행정관청은 후대 하급 관청으로 남은 감전ㆍ대사전의 규모ㆍ직급을 조정하고, ‘행정적 효율성 증대’라는 목적 아래에서 재편한 결과이다.
감전의 재편을 통한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형성과정은 당 상서 6부의 발달과정, 즉 중국식 육전체제의 발달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중국은 남북조시기 ‘낭이 관장하는 부(部) 혹 조(曹)’가 난립하였고, 581년부터 이에 대한 관사를 나누고 업무를 합치는 작업(分司統職)을 단행하며 상서 6부로 대표되는 당제를 구축하였다. 신라는 상고기 다종(多種)ㆍ다량(多量)의 대사전ㆍ감전이 병존하였고, 581년부터 이들의 재정비와 행정의 계통화를 본격화하며 통일신라체제를 만들었다. 이 점에서 통일신라체제와 당 체제는 6세기 말부터 한국ㆍ중국이 자국의 행정운영경험을 토대로 구축한 천하국가(天下國家)의 행정체계이다. 따라서 신라 중대 중앙행정제도는 ‘이ㆍ당 상잡’의 기조 아래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 점에서 신라 중앙행정제도 발달사는 한국적 세계화의 원형으로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핵심어 : 이ㆍ당 상잡(夷ㆍ唐 相雜), 전(典), 감전(監典), 부(部), 상당위(相當位), 주요 6관직(령(令)-경(卿)-감(監)-대사(大舍)-사지(舍知)-사(史)), 두 개의 허리구조, 원형(原形), 감전(監典)의 재편, 행정적 효율성
전(典)ㆍ부(部)의 재편과정은 동시전(東市典)ㆍ병부(兵部)의 사례를 분석해 구체화할 수 있다. 전(典)은 상고기의 관청 운영에서 기원한 관청이다. 전(典)의 명칭ㆍ담당업무는 한국어순으로 자연스럽지만, 관청의 격(格)을 끝 글자(末字)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수(隋)ㆍ당(唐)까지의 중국 관청에서 전(典)을 끝 글자로 쓴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삼국사기』 권38, 잡지7, 직관 상(이하 ‘직관 상’)’은 다종ㆍ다양한 전(典)의 모습을 보여주나, 직관 상에 수록된 전(典) 중 '감전'(감(監)이 관청의 장관인 전(典))이 상고기에 운영된 전(典)의 원형에 가깝다. 따라서 감전의 운영방식을 구체화하기 위해 상고기 말 ‘물자의 분배’를 맡는 동시전을 분석하였다. 동시전 분석을 통해 전(典)에 접근하면, 전(典)은 후대 도감, 현대의 위원회처럼 활동하다 관리기구로 굳어진 관청이며, 상고기의 국가행정(國事)ㆍ수도행정(京都事)ㆍ왕실행정(王室事) 등이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청이다.
부(部)는 병부처럼 상고기의 중요 국가행정(國事)을 재편한 상급 관청이다. 부(部)는 중국에서도 활용되는 관청이나, 신라의 부(部)는 전통적 요소를 기반으로 외래적 요소를 참용하면서 발생하였다. 부(部)의 조직은 ‘감전’의 조직을 하부 구조로 삼았고, 영(令)ㆍ경(卿) 등 고관 조직을 더하여 정비되었다. 전(典)ㆍ부(部)는 자국 전통의 행정 운영방식을 토대로, 신라 상대의 수도행정(京都事)ㆍ국가행정(國事) 재편 과정을 보여준다. 신라 중대의 중앙행정제도가 당제(唐制) 등 전형적인 6전(六典)과 다른 것은 자국 전통의 행정 운영 경험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것은 직관 상을 전수조사하여 직관 상의 관직-상당위체계와 정원 구조를 분석하면 파악할 수 있다.
직관 상은 신라 중대 말의 중앙 행정제도가 44개 관청, 207+ɑ개 관직, 785인+약간인으로 구성되었다고 전한다. 직관 상의 전수조사를 통해 중앙행정관직의 상당위체계를 분석하면, ‘영(令)-경(卿)-감(監)-대사(大舍)-사지(舍知)-사(史)’의 ‘주요 6관직’과 ‘대사→감→경’ 및 ‘사→사지’의 계통별 상향 분화를 파악할 수 있다.
영(令)은 부(部)ㆍ부(府)나 성전(成典) 혹 작전(作典)에 둔 최고의 행정장관이며, 상당위 하한은 대아찬이다. 관청별 영의 상당위 상한은 관청 격(格)의 고하를 나타내며, 상당위 상한이 비상위(非常位)에 설정되는 영은 육전체제 하 병(兵)ㆍ예(禮)ㆍ호(戶)ㆍ공(工)ㆍ리(吏)의 육전적 업무 분담과 연계된다.
경(卿)은 부(部)ㆍ부(府)나 성전(成典)의 차관, 서(署)의 장관이자 큰 판관(大判官)이다. 경은 대감계(大監系) 경(상당위가 급찬~아찬)과 대등계(大等系) 경(상당위가 나마~아찬)으로 구분되며, 대등계 경이 대감계 경보다 전통적인 경이다.
감(監)은 서(署)ㆍ전(典)ㆍ관(館)ㆍ부(府)의 장관이고, 감의 동급관직인 좌(佐)는 서(署)ㆍ부(府)의 좌관(佐官)이다. 감의 다른 동급관직인 적위(赤位)는 사성전(寺成典)의 실질적 장관이다. 감ㆍ좌는 나마~대나마, 적위(赤位)는 대나마~급찬이 상당위이다. 감은 ‘감독․관리․판단’하는 판관(判官), 좌는 율령 사무 관계 관청에서 경의 대판(大判)을 보좌한 좌관이다.
대사(大舍)는 각급 중앙행정관청의 중간관리자ㆍ하급 관청의 장관이자 작은 판관(弟判官)으로 사를 감독하는 관직이며, 상당위는 사지~나마이다. 신라 중앙행정제도에서 대사는 관청의 장관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관직이며, ‘판(判)’, 즉 사안ㆍ문서의 결재권을 지닌 마지막 관직이다.
사지(舍知)는 부(部)ㆍ부(府) 등 상급 일반관청ㆍ수도 행정 관청에서 전문 장부를 맡은 관직이며, 상당위는 사지~대사이다.
사(史)는 ‘관서(官書)의 초기(草記)’ 등 어느 관청에나 필요한 기초적인 문서ㆍ장부 정리와 말단 행정 잡무를 맡은 관직이며, 상당위는 선저지~대사이다.
신라 상고기의 전통적 행정운영경험은 ‘감전’의 성립과 재편을 거쳐 중대 중앙행정제도에 계승되었다. 이것은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정원 구조인 ‘두 개의 허리 구조(Two Spine System)’를 통해 관청 조직의 원형(原形)을 분석하면 파악된다. 신라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정원 구조는 전형적인 관료제 구조(피라밋 구조)가 아니라, 전형적인 관료제 구조가 중첩되어 ‘두 개의 허리'를 가지고 있다. 주요 6관직 중 감(監)과 사지(舍知)의 정원이 급격히 감소하여, V자 형태의 파형이 2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허리’는 감전의 재편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두 개의 허리 구조’는 신라의 중앙행정관청이 ‘아래에서 위로’ㆍ‘소규모에서 대규모로’의 방향에서 행정적 효율성의 제고에 대한 문제를 고려하며 정비되었음을 보여준다.
직관 상의 영급(令級)ㆍ경급(卿級) 등 상급 관청은 상고기에 운영된 감전ㆍ대사전(大舍典, 대사(大舍)가 장관인 전(典))을 재편해 하관 조직으로 삼고, 고관 조직을 둘 때 사의 비율을 조정하면서 필요한 관직을 가감해 만들어졌다. 사의 비율조정을 주목하면, 직관 상에 보이는 상급 관청의 실질적 원형은 감전이다. 감전은 대사전이 원형이나, 영급ㆍ경급 관청은 감전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즉 중대 중앙행정관청은 후대 하급 관청으로 남은 감전ㆍ대사전의 규모ㆍ직급을 조정하고, ‘행정적 효율성 증대’라는 목적 아래에서 재편한 결과이다.
감전의 재편을 통한 중대 중앙행정제도의 형성과정은 당 상서 6부의 발달과정, 즉 중국식 육전체제의 발달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중국은 남북조시기 ‘낭이 관장하는 부(部) 혹 조(曹)’가 난립하였고, 581년부터 이에 대한 관사를 나누고 업무를 합치는 작업(分司統職)을 단행하며 상서 6부로 대표되는 당제를 구축하였다. 신라는 상고기 다종(多種)ㆍ다량(多量)의 대사전ㆍ감전이 병존하였고, 581년부터 이들의 재정비와 행정의 계통화를 본격화하며 통일신라체제를 만들었다. 이 점에서 통일신라체제와 당 체제는 6세기 말부터 한국ㆍ중국이 자국의 행정운영경험을 토대로 구축한 천하국가(天下國家)의 행정체계이다. 따라서 신라 중대 중앙행정제도는 ‘이ㆍ당 상잡’의 기조 아래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 점에서 신라 중앙행정제도 발달사는 한국적 세계화의 원형으로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핵심어 : 이ㆍ당 상잡(夷ㆍ唐 相雜), 전(典), 감전(監典), 부(部), 상당위(相當位), 주요 6관직(령(令)-경(卿)-감(監)-대사(大舍)-사지(舍知)-사(史)), 두 개의 허리구조, 원형(原形), 감전(監典)의 재편, 행정적 효율성
출판사
혜안
ISBN
978-89-8494-667-5
출판년도
1 Jan 2021 – 31 Dec 2021
전문영역
인문학
주제
역사
지역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