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단체사전 1895~1945

재일조선인단체사전 1895~1945
조선인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각지에 거주하면서 재일조선인사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았지만 다양한 조직과 단체를 만들며 조선인으로서의 생활과 문화를 유지해 나갔다. 『재일조선인단체사전 1895∼1945』(이하 『사전』)은 이렇게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재일조선인 단체 가운데 551개의 연혁과 활동을 수록했다.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수많은 단체의 형태로 살펴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단체가 망라되어 있다. 친목이나 상호부조를 위해 결성한 동향 단체나 친목 단체, 상호부조 단체가 있는가하면, 직업이나 신분별로 노동 단체, 유학생 단체도 있고, 교육 단체나 종교 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결사도 있고 친일적 성향이 드러나는 내선융화 단체들도 있다. 특히 『사전』에는 일제의 관제조직이나 전쟁협력 단체들도 수록되어 있다. 일제 당국이 주도해서 만든 관제조직까지 포함한 이유는 이들 단체를 통해 당시 일제의 재일조선인 정책과 그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단체의 사업과 조선인 사회의 대응을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렇듯 분야나 성격이 다른 다양한 단체의 다면적인 활동을 1차 자료에 근거하여 수록했다는 점이 이번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일면을 부조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단체의 형태로 나타난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사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양한 단체를 수록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는 수많은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우선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며 일본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조직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간 지사들이 일군을 이룬다. 민족운동을 표방한 비밀결사는 물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아나키즘을 지향한 단체, 노동운동 단체, 심지어 친목 또는 상조 단체들이나 그 구성원들도 조국 독립을 향한 염원은 한결같았다. 이들은 거의 매년 4대 민족투쟁이라 할 수 있는 3·1운동 기념 투쟁, 메이데이 투쟁, 국치일 투쟁, 간토대지진 추도 투쟁에 참가해 주의와 노선을 가리지 않고 한 몸으로 단결했다. 물론 상애회의 박춘금과 같이 자발적으로 일제에 협력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슴없이 반민족행위를 저지른 조선인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엄혹했던 전시체제기에도 대다수 재일조선인들은 독립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으며 투쟁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일제가 그렇게 쉽게 패망하리라고 믿지 않았다”라는 친일파들의 신념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현실 인식이었다. 국내의 대다수 조선인들이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왔다”고 기억하는 것과도 달리, 재일조선인들은 일제의 패망을 예견하고 있었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미력이라도 보태기 위해 지하조직을 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사전』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한 저명인사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본에서만 활동한 생소한 인물들이다. 그런 만큼 역사적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인물사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독립운동이나 친일행적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사전』은 새로운 독립운동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굴 보훈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전』에는 일제의 관제조직이나 일제에 협력한 재일조선인에 관한 정보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일제의 통치정책이나 친일세력의 연구, 나아가 일본인 관료·유력자와 친일세력의 관계를 파악할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말에는 『사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부록과 색인을 추가했다. 부록은 당시 재일조선인들이 조직한 단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제 당국이 조사한 2천 7백여 개의 재일조선인 단체를 표로 만들어 수록했다. 단체 전수를 『사전』 수록 여부로 나눈 뒤 다시 지역별로도 분류해 당시의 대체적인 단체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전』이 수록하고 있는 내용과 당시 실상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권말에는 인명 5,400여 명, 단체 2,800여 개의 방대한 분량의 색인을 정리해 연구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독자들의 편의를 기하고자 했다.
『사전』의 발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주도하는 가운데 한일 공동 편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의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명예교수, 히구치 유이치 전 고려박물관 관장과 한국의 김광열 광운대 교수가 공동편찬위원장을 맡아 편찬사업을 이끌었으며, 재일조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와 활동가 38명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조직한 편찬팀이 뜻을 함께 하고 집필자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직접 집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수집해온 자료를 제공해 사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분들도 있었다.
『사전』에 꼼꼼히 기록된 재일조선인들의 삶, 끈질긴 저항과 투쟁의 역사가 오늘날 식민주의 극복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활동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이 『사전』이 우리에게 재일조선인 사회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저자/에디터

재일조선인단체사전한일공동편찬위원회 [ 김광열(광운대 교수), 미즈노 나오키(교토대학 명예교수), 히구치 유이치(전 고려박물관 관장) 등 44명 ]

출판사

민족문제연구소

ISBN

978-89-93741-34-6 (91910)

출판년도

1 Jan 2021 – 31 Dec 2021

전문영역

인문학

주제

역사
디아스포라와 이주

지역

대한민국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