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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 사법 속의 검시 문화
송대는 사법의 실천에서 ‘검시’ 또는 ‘검험’(이하 ‘검험’으로 통칭) 절차가 발전하고 정착되는 시기이다. 중국 역사상 춘추전국 시기부터 검험과 관련된 기록이 보이고, 진대의 죽간을 보면 당시 인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험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구체적 사례가 나타나기도 하며, 이후 당률에서도 검험 관련 규정을 찾아볼 수 있다. 송대에 이르면 검험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검험 관련 지식이 정리되며 또 사법 판결에서 그 효력을 상당히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송대 검험 제도의 합리적 운영과 검험 관련 지식의 정리와 체계화 및 사법 현장에서 검험의 실천과 효력을 관찰하여 송대 사법의 실천에서 구현된 검시를 포함한 검험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정착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역사상 송대의 특징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송대 검험 문화의 발전과 정착에서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북송 전기 진종 함평 3년(1000)에 반포된 검험제도의 정비를 주 내용으로 하는 조칙이다. 그리고 그 이후 이러한 조정의 명령에 긴밀하게 대응하여 송대 검험 문화를 발전시킨 지방관들의 부단한 노력이다.
검험의 과정은 인명 사건을 수사하고 판결하여 형량을 확정할 때 매우 중요한 절차로서 송 조정은 검험 절차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함평 3년(1000) 10월에 이르면 조정은 검험 제도의 대대적 정비를 시행하는 조를 반포한다. 그 골자는 지방의 주현에서 검험 업무를 체계적으로 담당하도록 규정하는 것이었다. ‘함평 3년 10월’ 이후로 검험은 주현 관원이 ‘직접 가서’ 해야 하는 업무가 되었다. 물론 ‘항인’을 데리고 가라는 단서가 붙고 있지만, 이제 검험의 주체는 ‘항인’이 아니라 ‘현위’이고 주의 ‘사리참군’이 되었다. 아울러 ‘주부’의 관원에게 최종 보고를 강조한 것으로 볼 때, 만약 문제가 생기면 결국 ‘주부’의 관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듯 검험의 시행부터 검험 결과의 판단 및 검험 결과의 보고 등 모든 업무가 주현 관원이 처리하고 담당하는 것이 되었다.
물론 검험 절차나 결과 보고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 주현의 관원이 조정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렇듯 검험의 업무를 주현의 지방관이 주관하는 업무로 규정한 조정의 조치는 전체적으로 각지의 사법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검험의 절차를 더욱 중앙의 통괄하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검험의 과정을 주현 관원의 업무와 책임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대벽(사형) 안건의 판결이 지방관의 자의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그 판결의 도출 과정에 조정의 통제와 감시가 개입될 수 있음을 전제하는 조치였다. 이는 당대(618-907)와는 달라진 송대의 황제권의 강화나 황제지배체제의 확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송 전기 사법 영역에서의 중앙집권화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송대 검험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법제사 또는 의학사 등의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송대 사법 제도 연구에서 상술한 함평 3년의 조의 내용과 더불어 남송 시기 검험 제도의 정비 과정에 대해 관찰한 바 있지만 송대 검험 제도에 대한 정태적 접근을 하는 데 그치며 운영 과정에서 시기마다 나타난 제도의 변화 과정과 그 의미를 모두 파악하지는 못했다. 또 검험 관련 지식에 관한 연구는 송대 의학사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지만 주로 협의적 의미의 전문적 검험지식(법의학지식) 자체에 머물렀다. 송대 이른바 ‘검험’ 지식은 관련 법률지식이나 ‘구사(구급의학)’ 지식도 포함됐다. 아울러 양송 시기 사법 현장에서 검험이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구체적이고 폭넓은 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연구는 제도적 측면이나 검험 지식의 측면 등이 개별적으로 파악되고 또 현장에서의 활용 양상도 단편적인 사례로 언급되었을 뿐이다. 제도의 운영이나 지식의 체계화 및 현장에서의 실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송대 사법 실천 속 검험 문화의 정착과 그것이 대변하는 송대 사회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있을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송대 검험 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모색, 검험 관련 지식의 정리와 체계화의 과정 그리고 사법 현장에서의 검험의 실천과 검험 결과의 활용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송대 ‘검험 문화’의 정착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반영된 송대 사회의 특징을 짚어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다양한 검험 문서를 중심으로 문서 행정의 시각에서 송대 검험 제도의 운영을 살펴본 후, 그다음으로 남송 후기 편찬된 송자의 『세원집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시기 이루어진 검험 관련 지식의 정리와 체계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송대 인명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과 판례를 검토하여 송대 사법 현장 에서 검험의 절차가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또 그 결과가 판결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관찰해 볼 것이다.
저자
최해별
출판사
세창출판사
ISBN
9788984118034
출판된
2019
전문분야
인문학
주제
역사
지역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