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실크로드와 동아시아 고대 국가

해상 실크로드와 동아시아 고대 국가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많은 사람이 혼인을 위하여, 또는 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입국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성장에 힘입어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동남아시아 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비례하여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지식은 확대되고 있는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매년 동남아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는 늘고 있지만,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 규모의 확대, 내수시장의 포화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과 동남아시아와의 통상과 문화 교류는 급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랜 세월 우리의 이웃으로 존재하였던 동남아시아에 대하여 무관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지금도 동남아시아에 대해 이렇듯 무지하고 무관심하여도 괜찮은가?
우리 역사,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작업은 무엇일까? 그것은 주변의 이웃들을 살펴보는 일이다. 우리의 역사가 유라시아 동편에서 고립적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집단과 때로는 평화롭게, 때로는 갈등을 겪으며 발전해 온 것임을 인정한다면 이웃들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필요하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는 이웃 국가인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그 외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심지어 유럽과 미주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삼국시대에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는 제법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상호 교류도 진행되었다. 이러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역시 동남아시아 고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른바 ‘동남아 관광’으로 대표되는 유적지는 모두 9세기 이후에 등장하였다. 이 시기는 중국사에서는 당송 교체기, 혹은 당송 변혁기라고 불리는 시기이며 우리 역사에서는 나말여초에 해당된다. 지중해에서 아라비아와 인도를 경유하여 이어지던 고대 바닷길은 대개 중국 남부에서 멈추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한반도를 경유하여 일본열도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이미 고대에 동남아시아와 한반도는 바닷길을 통해 연결되어 있었던 셈이다. 삼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국가를 형성하고, 주변의 강대국과 전쟁과 평화로 이어지는 교섭을 행하면서 성장하다가 역시 삼국과 마찬가지로 7세기 무렵 큰 변화를 겪은 국가들이 동남아시아에는 많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참파, 푸난, 랑카수카를 중심으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 교류 양상을 살펴본다. 이 국가들은 한국의 백제와 가야처럼 바다를 무대로 성장하였고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다. 그런데 정작 고대, 혹은 삼국시대에 해당되는 이러한 동남아시아의 문화에 대해서 한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대,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의 동남아시아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대중적 고대사 개설서조차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이 저술되었다. 고조선, 삼국시대에 동남아시아에는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고 교섭하였는지를 추적한 이 시도가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는 우선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개통과 실태를 추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대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의 해안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이어졌음을 논증할 것이다. 그다음은 바닷길을 무대로 성장하고 멸망하였던 고대국가들을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고대 해상 실크로드를 무대로 성장한 항시국가의 실체를 엿볼 것이며 고대 한반도와의 교섭 양상을 밝히려 한다. 이 책의 최종적인 목적은 고대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에 있다. 나아가 동남아시아지역에 대한 앞으로의 관광행태가 이 지역의 고대 역사와 문화에까지 미치기를 바라는 데에 있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북방, 신남방 정책이 내실을 기하고, 가까운 미래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앙유라시아와 동남아시아 전문가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이 책이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 데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

권오영

출판사

세창출판사

ISBN

9788984119130

출판된

2019

전문분야

인문학

주제

역사

지역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