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근대 지식을 읽다

이 책은 고종(高宗)의 개화사상을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된 중국 서적을 탐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서양의 근대 지식’, ‘군사 지식과 전쟁 기사’, ‘상해의 풍경과 삶’이라는 주제별로 12종의 집옥재(集玉齋) 장서를 선별해 책의 출간 배경과 의의, 고종의 구입 의도 등을 분석한 것이다. 고종은 동도서기론을 바탕으로 개화 정책을 펼침과 동시에 서기(西器) 수용의 한 방식으로서 중국의 서학(西學) 관련 서적을 적극적으로 구입했고, 이들 서적들은 광무개혁(光武改革)을 위한 사상적 밑거름이 되었다.
그간 고종의 개화사상과 개화 사업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러한 사상 형성과 실천을 가능하게 한 지식의 근원, 즉 그의 독서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고종의 서재인 집옥재에 소장되었던 1900여 종의 중국 서적에 대해서도 개괄적 소개는 있었지만 각각의 서적에 대한 면밀한 탐구는 드물었다. 이 책은 집옥재에 소장되었던 12종의 중국 서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고종이 왜 이 책들을 구입했고 무엇을 읽어냈는지 밝혀냈다. 이러한 시도는 고종의 개화사상과 개화 정책의 출처를 고찰하는 데 구체적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